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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노트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주디스 그리셀)

by Say_Young 2023. 2. 26.

 

1. 결과적으로 중독에 빠지는 경로는 중독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모든 강박적 사용의 기저에는 기능의 일반적인 원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책을 집필하는 목표는 이러한 원리들을 공유하여 물질 사용 남용을 영속하게 만드는 생물학적인 교착 상태에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핵심은 뇌의 학습 적응 능력이 사실상 무한하기에 뇌가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의 약물은 있을 없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약물로 고양된 시간이 이따금씩 정상적인 상태에 끼어드는 정도지만, 어느샌가 주객이 전도되어 '정상'적이었던 상태는 약물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다스릴 있는 절박한 상태로 가차없이 변한다. 

 

2. 일부 운이 좋은 사람들은 돌연변이 덕에 번째 유형의 탐지기를 추가로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러한 능력을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화가나 디자이너 계열의 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사실을 통해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감각이 주변 환경을 고도로 필터링하여 실제 세상의 극히 단편적인 조각들만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받아들이는 경험에 제약을 가한다는 점이다. 

 

3. 뇌는 기본적으로 대비 탐지기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가 일상적인 상태와 확연하게 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 뇌의 특정한 회로에서 신경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먹거나 마시거나 성관계를 기회, 위험이나 고통, 아름다움이나 쾌락이 주어지는 상황처럼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온갖 정보를 알려준다. 뇌가 대비 탐지 작업을 수행하는 핵심이 되는 안정적인 기저선을 유지하는 능동적인 과정을 항상성이라고 하며, 이는 설정값, 비교 대상, 조절 기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4. 최근에는 중변연계 경로에서의 도파민이 사실 쾌락 자체가 아니라 쾌락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등장했다. 

 

5. 정리하면 중변연계 경로의 도파민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흑질선조체 경로의 도파민은 이를 직접 행동으로 실천할 있게 준다. 

 

6. 이러한 행동상의 변화는 내성(약물의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많은 양의 약물을 필요로 ) 의존(약물 없이는 금단증상을 느낌) 상태를 보여준다. 향정신성 물질을 즐기는 이들에게 정말 끔찍한 사실은 이러한 약물들을 규칙적으로 사용할 경우 뇌가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적응한다는 점이다. 중독자는 피곤해서 커피를 마시는 아니다.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피곤한 것이다.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칵테일을 들이켜는 아니다. 헤로인은 초심자에게는 황홀감을 주고 고통을 없애주는 약이지만 중독자들은 헤로인이 없다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다 보니 약을 끊을 수가 없다. 뇌는 언제나 약물이 내는 효과와 정반대의 상태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정기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이 정상 상태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약을 하는 것뿐이다. 고양감은 점차 지속시간이 짧아지며, 그에 따라 약물사용의 목적은 오로지 금단증상을 피하는 것이 된다. 

 

7. 어쩌면 신호가 서서히 사라지게 내버려두는 대신 뇌가 적극적으로 자극의 효과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해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불편해 보일 있다. 이러한 방식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화요일이 '행복의 ' 지정되어 모든 사람들이 일주일 간격으로 자신의 기분 상태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세상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틀림없이 우리는 화요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행여 그날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경우 자칫 이를 놓치거나 무시하게 가능성이 높다. 하필 화요일에 아이가 다치거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기상이 악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주일에 번씩 행복에 취하는 것은 인류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계속해서 우울한 상태에 빠져 있는 역시 동일한 위험을 내포한다. 만성적인 절망 상태에 머무른다면 찾아오는 기회를 탐지하지 못하거나 그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8. 이때 실선으로 표시된 우리의 총경험에는 가지 전혀 다른 신경 과정이 관여한다. a 과정은 자극에 대한 신경 반응이다. 약물사용에 국한하여 이야기하자면 a 과정은 약물이 뇌에 작용하는 효과라고 있다. 투여량이 높을수록 a 과정의 크기가 커지며, 자극에 대한 노출시간이 길어질수록 a 과정의 지속시간도 길어진다. 그런데 각각의 a 과정에는 b 과정이 수반된다. b 과정은 a 과정에 대한 뇌의 반응, 약물이 뇌에 작용하는 효과에 대한 뇌의 반응으로, 자극에 의해 발생한 신경활동의 변화를 상쇄함으로써 활동을 중립상태로 되돌리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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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적응력을 가진 신경계에 의해 일어나는 b 과정은 자극에 대한 노출시간이 늘어나고 횟수가 거듭되면 학습을 하기 시작한다. 자극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b 과정은 항상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닥쳐도 중립을 유지할 있게 강도로 빠르게 나타나 오랜 시간 지속된다. 더구나 b 과정은 a 과정이 닥칠 것을 에고하는 환경 자극만으로도 발동한다. 

 

9. 강의를 들은 영리한 학부생들은 솔로몬과 콜비트의 모형에 숨겨진 다른 함의를 짚어냈다. 바로 한결같이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부정적인 경험을 감수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면 반대과정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테니 말이다. 솔로몬과 콜비트 역시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활동에 이러한 패턴이 작용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면 극도의 각성과 공포심에 더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은 아마도 '자유낙하'하는 시간 내내 지속될 것이다. 그러다 자극이 끝나고 발이 기적적으로 단단한 지면에 닿으면 공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마니아들의 말처럼 극단적인 차분함과 안정감이 흘러넘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죽지 않고 무사히 끝나기만 한다면 극심한 스트레스 경험 뒤에 찾아오는 안도감은 모든 일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줄 있다. 어쩌면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유를 이런 감정적 효과로 설명할 있을지도 모른다. 

 

10. (대마) 내인성 칸나비노이드의 효과에 관해서는 여전히 신중하게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부적인 내용은 여기서 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하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아난다마이드와 2-AG 신경들 간의 대화에서 일종의 느낌표 역할을 맡아 방금 시냅스를 통해 전달된 메시지가 무엇이든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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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모든 신경계의 스포트라이트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모든 것에 하이라이트를 칠하면 사실성 어느 것도 두드러져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마당에 홍수가 났는데 물뿌리개 하나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처럼 모든 대비가 사라지면 나에게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함으로써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도움을 주던 머릿속 분류 장치가 망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분류 체계가 무너지고 나면 같은 경험들이 본래 지니고 있던 중요성을 상기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다른 부정적인 면은 가끔일지언정 약에 취해 있지 않을 , 세상 무엇에도 흥미가 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1. (아편)신경과학적인 관점에서 아편계 약물이 지닌 매력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헤로인, 펜타닐, 옥시코돈부터 그보다 강한 트라마돌과 코데인까지, 마약성진통제는 모두 체내 천연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모방하는 형태로 작용한다. 

 

12. (아편)항오피오이드 체계야말로 가장 잔혹한 녀석이다. 중독자의 신경계에는 이상황홀감을 자아내는 화합물이 정기적으로 흘러넘친다. 그러다보니 항오피오이드 체계는 체내 화합물들의 효과가 모두 더해진 결과가 정상적인 감각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 오히려 세를 불려 통증을 만들어낸다. 

 

13. (진정제)현재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수요는 어느 때보다도 높다. 전세계적으로 과도한 불안은 장애를 유발하는 여섯 번째 원인으로 추산된다. 불안은 미래에 있을지 모를 사건들에 대한 막연한 우려라는 혹은 뚜렷한 대상이 없는 비이성적인 걱정이라는 점에서 눈앞에 존재하는 명확한 위험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두려움과 차이가 있다 불안장애는 공황장애, 공포증, 강박장애, 외상 스트레스 장애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14. (각성제)수면, 환각, 분열 증상을 야기하는 약물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도가 명백히 덜한 반면 각성되고 활동적인 것이 금기시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15. (각성제) 평균적으로 흡연자들은 수명이 15 단축된다. ... 금연은 매우 힘든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원래 습관은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과 더불이 니코틴의 금단증상이 내포한 특정 형태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일단 니코틴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금단증성으로 과민성, 불안, 주의력결핍, 수면장애, 식욕 증진 등이 특징인 심각한 갈망 증후군이 발생한다. 이는 물론 b 과정 탓으로, 흡연자들의 경우 대부분 nAChR 상향조절이 원인이다. 

 

16. (각성제)코카인, 메스암페타민, 엑스터시는 수송체를 차단함으로써 작용한다. 수송체는 수용체와 마찬가지로 세포막에 위치한 단백질이지만 수용체와는 다르게 기존에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시냅스 뉴런으로 수송하여 재정비 재사용 있게 한다. 수송체의 작용은 효소 분해와 더불어 시냅스가 활동을 중단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수송체나 효소가 없다면 시냅스 전달이 지금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어 신호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를 띠게 것이다. 약물들은 수송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모노아민이 재흡수 기제를 활용하는 것을 방해해 효과가 연장되도록 만든다 예컨대 도파민의 경우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면 팝업창 알림을 띄우는 정도가 아니라 가택 경보음이 울리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17.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으로 크게 가지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확히는 다섯이지만, 우울한 소식은 마지막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자. 가지 주요 원인은 바로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생물학적 기질, 어마어마한 양의 약물에 대한 노출, 특히 청소년기의 약물 접촉 경험, 그리고 촉발성 환경이다. 

 

18. , 그렇다면 중독으로 향하는 길을 터주는 환경 자극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은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에 전부를 일일이 나열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비교적 알려진 요인 상당수는 가족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유년기의. 학대나 방치, 긍정적인 모델이 거의 없는 환경, 기회가 부족한 삶처럼 당연해 보이는 것들이다. 

 

19. 한때 나만큼, 아니 어쩌면 나보더 시궁창 인생이었다가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나 있는데, 바로 수백만 명의 사례가 통제가 아닌 자유에 기반한 문제해결의 일을 일러주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이 나처럼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야 비로소 방향을 틀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 회복이란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지 제한하는 과정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무엇을 것인지를 나의 의지가 아니라 약물이 선택한다는 데서 오는 절망감을 나도 몸소 체험했다. 반복 주기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결국 모든 중독자가 갇힌 우울한 반복의 감옥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 선택의 자유를 앗아간다. 

 

20. 최신 신경과학이 밝혀낸 가장 놀라운 사실은 모든 신경활동이 맥락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은 전부 신경화학적인 활동의 산물인데도 활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21. 누군가는 약물을 손쉬운 편법으로 여기는 성향이 남들보다 강하기 마련이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우리는 모두 같은 저울 위에 올라 있다. 중독률의 증가는 고독, 미래에 대한 불안, 페이스북 '친구' 있음에도 겪는 외로움, 일상화된 탐욕과 이기심의 부조리, 공감과 연결성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적 구조가 지우는 짐의 무게로 인해 눈금이 한쪽으로 젖혀진 것을 나타낸다. 

 

22. 어떤 형태는 절망감은 타락 행위를 낳는다. 건실한 시민과 타락한 범죄자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인물이 처한 상황이며, 그중 상당수가 자신이 통제할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사회심리학이 증명해주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현재 속한 환경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있는 선택의 폭을 대폭 제한한다. 인간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따위가 아니다.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다. 나는 한동안 어느 노숙자와 크랙 파이프를 나눠 피운 적이 있다. 그는 겨우 40 초반이었을 텐데도 남은 치아가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지저분하고 손상되어 있었다. 동안이나 샤워를 하기는커녕 거울도 들여다보지 않았으며, 지독하게 더럽고 수척했다. 그런데도 파이프를 물기만 하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세상을 가진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당시에도 나는 헉슬리가 말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사회의 광기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마를 떠올렸다. 같은 타락을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우월감을 느낄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화학물질만이 일탈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인터넷중독, 오락 중독, 음식 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수많은 중독자가 있으며, 어쩌면 또한 물질사용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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