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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노트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by Say_Young 2021. 6. 25.
  1. 이쯤에서 미리 주의할 것을 말해두고자 한다. 사람들은 심리학 책이행복이나마음의 평안' 성취하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책에는 그런 비법이 없다. 책은 윤리학과 심리학의 문제를 명확히 하려는 이론적인 시도다. 다시 말해, 독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도록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
  2. 하지만 현대인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점점 당혹감에 사로잡힌다. 끊임없이 일하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행위가 헛되고 무익한 짓이란 자괴감을 어렴풋이 느낀다. 사물에 대한 지배력은 커져가지만 개인적인 삶에서나 사회적인 삶에서는 무력감에 시달린다. 
  3. 우리 현대인은 무수한 수단들의 틈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수단들에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궁극적인 목적, 인간 자신 상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낸 기계의 노예로 전락했다. 결국 물질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만 인간다운 삶과 관련된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의문에 대해서는 무지한 실정이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방출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른다.
  4. 그러나 의학과 공학과 회화만이 기술은 아니다. 자체도 일종의 기술이다. 삶은 인간이 행하는 기술 가장 중요하면서도 까다롭다. 삶의 기술은 몇몇 전문화된 과제의 수행이 아니라 자체의 수행에 적용된다. 삶은 우리가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는 개체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삶의 기술에서 인간은 기술자인 동시에 기술이 발휘되는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조각가인 동시에 대리석이고, 의사인 동시에 환자다.
  5.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삶이라는 영역에서 모두 전문가라 여긴다. 그러나 우리가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삶의 기술을 터득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삶의 과정에서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편이다.
  6. 인본주의적 윤리에서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좋은 것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책임지는 행위는 미덕이고, 인간의 능력을 해치는 행위는 악이며, 자신의 존재를 책임지지 않는 행위는 악덕이다.
  7. 인간 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문화는 인간의 고정된 본능으로부터 형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또한 문화는 인간이 수동적으로 완벽하게 순응해야 하는 고정된 요소도 아니다. 인간은 불만스런 환경에도 적응할 있지만, 적응 과정에서 자신의 본성에 내재된 고유한 속성에 따라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명확히 반응한다. 예컨대 인간은 굴종의 상황에도 적응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지적인 수준과 도덕적인 품성이 동시에 떨어진다. 인간은 상호적인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한 문화에도 적응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유약해지고 비생산적인 존재로 추락한다. 인간은 성욕의 억압을 요구하는 문화에도 적응할 있지만,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입증한 것처럼 이런 적응 과정에서 신경증적 징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8. 올림피아 경기에서 그렇듯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나 가장 강한 사람이 월계관을 쓰는 아니다. 경쟁하는 사람들 승리자가 있기 마련이므로 경쟁하는사람들이월계관을차지한다. 따라서행동하는사람이승리하며, 삶에서고결하고선한일을올바로이루어낸다.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활동적이고 사색하는 사람이 선한 사람이며, 따라서 행복한 사람이다. 이때 우리는 인간 중심적이고 인본주의적이며, 인간의 본성과 기능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추론해낼 있는 객관적인 가치를 제시하게 된다.
  9. 우리는 뭔가를 습득하고 동화시킴으로써, 주변 사람(또는 자기자신) 관계를 맺음으로써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나는 동화 과정이라 칭하고, 사회화 과정이라 칭할 것이다. 유형의 관계는 모두개방적이며, 동물처럼 본능적으로 결정되는 아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얻으려면 외부로부터 그것을 받거나 빼앗아야 한다. 또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그것을 생산해야 한다.
  10. 개인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지향성이 그의 성격을 이루는 핵심이다. 따라서 성격은 "동화 과정과 사회화 과정에서 인간의 에너지가 흐르는 (비교적 변하지 않는) 형태 정의될 있다. 심적 에너지의 흐름은 생물학적으로 무척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인간의 행위는 타고난 본능에 의해 결정되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행위를 수행할 때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삶이 불안정하고 고단할 것이다.
  11. 니체가 공격한사랑 인간의 강점에 뿌리를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유약함에서 비롯된 사랑이다. 니체는그대들의 이웃 사랑은 그대들 자신에 대한 잘못된 사랑이다. 니체는그대들의 이웃 사랑은 그대들 자신에 대한 잘못된 사랑이다. 그대들은 자신으로부터 이웃에게로 도피하며, 행위를 그대들의 미덕으로 삼고 싶어한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의헌신 정체를 꿰뚫어본다.”라며그대들은 홀로 우뚝 서지 못하고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도 않는다."라고 분명히 말한다.
  12. 이기심과 자기애는 똑같은 것이기는커녕 정반대의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치게 적게 사랑하는 사람이며, 실제로는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없다는 것은 생산이 없다는 뜻이므로,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공허함과 불만에 사로잡혀 지내게 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고, 삶에서 하루라도 빨리 만족을 얻으려고 노심초사하지만 그런 만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는 듯해도 실제로는 진짜 자아를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을 은폐하고 바로잡으려 발버둥치면서 번번이 실패할 뿐이다. 프로이트는 이기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을 거두어들여 자신에게 되돌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자기애적이라고 주장했다. 이기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도 사랑하지 못한다.
  13. 죽음과 노년에 대한 비합리적인 두려움보다는 극적이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무의식적인 죄책감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현 방식이다. 경우에도 정상적인 태도가 비합리적으로 왜곡된다. 인간이면 누구나 동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모두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문화유형에서 벗어난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서 문화유형으로부터 벗어나는 두려워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처럼 불합리한 두려움을 갖는 이유중 하나는 무의식적인 죄책감 때문이다. 생산적으로 살지 못한 까닭에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인정받아야 한다. 결국 인간이 이처럼 승인을 갈구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갈구를도덕적 문제’, 무의식적이지만 정신에 만연된 죄의식의 표현으로 인정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14. 행복은 미덕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덕 자체다. 우리가 욕망을 억제하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하기 때문에 욕망을 억제할 있는 것이다.
  15. 이제부터 살펴보려는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아픈 곳과 관계가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진 심리학적 특징 하나라면, 목적을 위한 수단의 활동들이 목적의 자리를 점점 빼앗아가는 반면에 목적 자체는 불분명하고 실체가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일한다. 우리는 재밌게 살기 위해 돈을 번다. 노동, 일은 수단이고, 즐거움은 목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우리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돈을 활용해서 더욱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다. 삶의 즐거움이란 목적 자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항상 시간에 쫓기고, 많은 시간을 절약하려고 이것저것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다시 많은 시간을 절약하려 애쓴다. 결국 우리는 지칠대로 지치고 녹초가 되어 절약한 시간마저 활용할 없는 지경이 된다. 실제로 우리는 온갖 수단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며 목적을 잊고 말았다. 라디오는 우리에게 최고의 음악과 문학을 전해줄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듣는 것은 저속한 잡지에나 실리는 쓰레기 같은 정보거나 우리 지성과 취향을 모욕하는 광고가 대부분이다. 우리에게는 인간이 여태껏 만들어낸 최고의 도구와 수단이 있지만, 누구도 분주한 발걸음을 늦추고그것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라고 진지하게 묻지 않는다.
  16. 한편, 인본주의적 윤리는인간은 살아 있다면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알고 있다.”라는 입장을 취한다. 여기에서 '살아 있다'라는 말은 생산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인간을 초월하는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과 목적이 우리 밖에 있다고 믿는 , 예컨대 구름 위에 있고, 과거나 미래에 있다고 믿는 엉뚱한 곳을 헤매며 이상과 목적을 성취해보려 하지만, 어디에서도 꿈을 이루어낼 없다. 결국 우리는 올바른 대답과 해결을 찾아낼 있는 유일한 , 우리 자신의 내면 제외하고 온갖 곳을 들쑤시며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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