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습작을 시작해보자
펜과 종이를 준비하라. 원한다면 컴퓨터를 켤 수도 있다. 10분 정도 시간을 갖거나 옆에 시계를 놓고 펜과 종이에 슬쩍 눈길을 주되 뚫어지게 쳐다볼 필요는 없다. 그러고 나면 몇 차례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혀라. 이어 펜을 집어들고 쓰는 것이다. 무슨 내용이라도 좋다. 꼭 주제를 정할 필요가 없다. 주제가 머릿속에 맴돌더라도 그 주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문장과 문단을 일관되게 구성할 필요도 없다. 철자가 꼭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내용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되풀이해서 읽을 필요도 없다. 그냥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다.
꼭 해야 할 일이 한가지 있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계속 펜으로 끼적거리는 것이다. 이 말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며, 앞으로 돌아가 단어에 밑줄을 긋거나 단어를 고치거나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쓸 수도 있다. ‘멍청한 짓이야. 이런 짓을 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하고 쓸 수도 있다. 무엇을 쓰든 상관 없다. 그저 쉬지 않고 펜을 놀리는 것이다.
2.오랫동안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비판적인 기능이 아주 잘 발달한 반면, 창조적인 기능은 형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작가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어 그것을 어휘로 표현하는 것은 창조적 기능이지 비판적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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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팅은 여러분의 창조적 기능을 위한 유산소 운동 같은 것이다. 멈출 필요가 없고, 자신이 쓰는 글을 아무도 읽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창조적 기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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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련의 열쇠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쓰든 상관 없다. 훈련의 요점은 연습 자체에 있지 즉각적인 결과에 있지 않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훈련하면 여러분의 창조적 기능은 강화될 것이다. 역도를 할 때 근육이 강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수년에 걸친 학창 시절동안, 비판적인 교사를 의식하면서 글쓰기를 했다면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써야 할 것과 쓰면 안 될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많은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습을 거듭할수록 그런 목소리를 그만큼 더 무시할 수 있게 된다. 지적하고 평가하는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생각과 어휘를 위한 마음의 문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3. 프리라이팅 훈련을 컴퓨터로 할 수도 있는가? 물론 원한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진행하는 동안 말을 바꾸거나 편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글이 나타날 때 화면을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손가락을 보든지 창 밖을 보든지 아니면 종이로 화면을 가리는 것이 좋다.
4. 프리라이팅을 위한 지침
- 무슨 일이 있어도 적어도 10분 동안은 계속 펜을 놀려라. 시계를 보지 말고 대신 자명종이나 스톱워치를 활용하라.
-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이 욕구에 따르면 안 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생각날 때까지 똑같은 것을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펜을 놀려라. 쓰는 도중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도 먼저 쓴 것에 줄을 긋거나 편집하지 마라.
- 이 글쓰기가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하라. 무엇을 쓰고 싶든지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 원한다면 한 가지 주제로 시작할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시작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주제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계속 펜을 놀려라. 순서나 단어 선택, 문법의 정확성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라. 이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원하지 않는 부분에서 생각이 뱅뱅 맴돌 때는 방향을 바꿔라. 이 훈련의 주제는 여러분 자신이다.
- 이 글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마라.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 상관도 없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디어나 이미지가 떠오를지 궁금하다'는 태도만 유지하라.
-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과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종이에 옮겨라. 마음속에서 '이건 끔찍해! 무슨 생각이 나든 그걸 쓸 수 있을 것 같아?'라든가 '와우, 대단한데, 곧 스티븐 킹 같은 작가가 될 거야'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라도 무조건 무시하라. 계속 펜만 움직여라.
- 처음에는 자신이 쓴 것을 읽어보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읽고 싶어도 잠시 기다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행여 읽더라도 너그러운 자세로 읽어라. 편집하거나 비평하지 마라. 단지 종이 위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만 주목하라.
5. 여러분이 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웠다면 아마 내용에 관한 생각을 훈련하는 데는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 편의 소설이나 시, 회고록의 한 부분을 쓰려고 자리에만 앉았다 하면 생각이 막히거나 갑갑해서 계속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아마 이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나무랐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부족한 것은 어휘력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말할 거리가 없을 가능성이 더 많다. 즉, 글을 쓸 내용이 없다는 말이다.
6. 연습하고 싶은 목록을 작성한다면 훈련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지금 하고 싶은 연습은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훈련 돌아보기를 연습한다.
(2) 연습하고 싶은 것 서너 가지를 골라서 목록으로 작성한다.
(3) 이 목록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다.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노트 맨 앞쪽 계획표에 붙일 수도 있다.
(4) 글쓰기를 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 단 10분만이라도 - 이 목록에 적힌 훈련 한 가지를 골라서 한다.
(5) 새 훈련을 시작하면서 친숙한 것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목록을 다시 작성한다.
7. 주제를 탐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또한 계획적인 수집 방법이 있다. 무작위로 모으기를 할 때에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을 수집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내부 모으기에 집중할 것이다(외부 모으기는 제6장 '관찰'에서 다룬다). 특정 주제에 대한 내부 모으기를 하기 위해서는 '프리라이팅'의 변형을 이용한다. 프리라이팅은 내면의 재료를 모으는 데 이상적이다. 인간의 두뇌는 연상고리를 거쳐 정보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프리라이팅이라는 자유연상 행위는 정보의 방을 서로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다음으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이라고 불리는 변현된 방법에서도 자유연상의 과정을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서는 프리라이팅을 할 때 우리의 마음이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춰 자유연상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여러분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주제를 자신의 내부에서 모을 수 있게 된다.
8. 연습;내부 모으기를 하기 위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
앞서 연습한 '자신의 주제를 찾아라'에서 찾아낸 주제 하나를 고른다. 이것을 새 페이지의 맨 위에 기록한다. 프리라이팅 기초훈련처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도 아주 간단하다. 적어도 10분간 계속 쓰고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한 아무도 이 글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
또 훈련을 하면서 지금 쓰는 것이 완성된 글도 아니요 초고도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 그러므로 서론, 본론, 결론 같은 것은 필요 없다. 글의 구성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이 글을 이해할 필요도 없다. 여러분이 지금 하는 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지금 자신의 주제가 될 것을 모으는 일이다. 정보 조각이라든가 이야깃거리, 사람, 이미지, 아이디어, 어휘, 구절, 질문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9. 연습; 질문하기
재미있는 재료를 기억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주 유용한 재료로 들어가는 문이 열릴 수도 있다. 아래의 질문의 자신에게 제기하면서 답을 적어보거나 자신만의 질문을 해보라. 첫 번째 질문에 답을 적으면서 쓰기를 시작한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한 가지 질문이 여러분의 마음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 때는 반드시 원하는 만큼 그 방향을 유지하라.
-어떤 재료를 담아두는가? 기억이 일종의 배낭이라면 거기서 어떤 재료를 꺼내고 싶은가?
-마음에 어떤 장소가 들어 있는가? 좋아하는 곳인가? 아니면 차라리 잊고 싶은 곳인가? 도시나 집, 방 같은 곳인가? 아니면 산이나 숲, 은밀한 상상 속의 장소인가?
-기억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있는가? 기억하고 싶은 사람인가? 당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인가? 책이나 영화에서 본 인물인가? 만나고 싶은 유명 인사인가
-마음속에 특별한 장면이나 기념품이 들어 있는가?
-기억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을 아는가? 그 사람은 무슨 일을 했는가?
-즐겨 떠올리는 기억이 있는가? 아니면 별로 없는가?
10. 연습; "나는 ~~을 기억한다"
'나는 ~~을 기억한다'는 말로 프리라이팅 훈련을 시작한다.
11. 연습; 기억을 활용해 모으기
앞의 연습에서 쓴 것을 모두 읽어본다. 눈에 띄는 것은 모두 표시한다. 이제 여러분이 표시한 항목 중에서 탐사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하라. 그 주제를 페이지의 맨 위에 써본다.
이제 지난 장에서 설명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하여 선택한 주제에 대해 10분간 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기억하는 사람이나 장소, 경험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모으려고 노력하라. 그때는 하루 중 언제였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 그들은 무엇을 했거나 또는 말했는가?
12. 연습; 무엇을 아는가?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목록으로 작성해보라. 이런 전문 지식 영역은 꼭 학술적인 주제이거나 '중요한'주제일 필요는 없다. 여러분은 10대를 양육하는 문제에 관해 아는 것이 있는가? 또는 바 관리 방법을 아는가? 이런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해보라. 프리라이팅 훈련을 할 때처럼 마음을 편히 먹고 생각나는 것을 검열하려고 하지 마라. 생각이 막히면 그냥 '나는 ~~을 안다'또는 '나는 ~~하는 법을 안다' 하는 식으로 쓰면서 문장을 완성한다.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물결 표시를 채울 필요는 없다. 계속 펜을 놀려라.
13. 관찰은 판단이 아니다. 관찰은 판단의 태도가 아니라 주목의 태도를 가지고 주변의 일에 관심을 쏟는 자세를 요구한다. 이를테면 '저 여자는 노란 줄무늬에 빨강과 초록이 섞인 옷을 입었네'라든가 '이 음악은 두 가지 소리가 계속 반복되는군' 하는 식이다.
...
그리고 자신의 속도를 늦춰보라.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부엌 식탁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신다든가 산책을 나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간단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의자나 나무, 잔디, 하늘, 건물, 다른 사람들 같은 주변의 대상을 주목해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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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동의하듯 세상은 실로 풍요로운 곳이다.
14. 여러분은 이제 종종 반복되는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글쓰기의 충고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회고록이나 소설, 시를 포함해서 글쓰기는 대부분 독자의 마음에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세계를 착작하기 위해 특수한 세부 감각에 의존한다(이것이 현실적인 세계든 환상의 세계든 차이는 없다.) 만일 '블랑시는 추한 옷을 입었다'라고 쓴다면 이 글은 독자의 마음에 별다른 그림을 그려 주지 못한다. 이것은 판단을 실어 독자에게 옷데 관해 말한 것이지 옷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독자는 자기가 '추한'이라는 단어를 써서 무엇을 의미하려 했는지 최대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작가는 옷 자체를 보여주는 그림을 말로 표현해야 하고 그 옷이 추하다는 결론은 독자 스스로 내리도록 해야 한다. 또는 왜 자신이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세부 묘사를 문장에 추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쓸 수 있을것이다. '블랑시는 오렌지색 바탕에 빨강과 노랑 점이 박힌 옷을 입고 있었다' 또는 '블랑시는 오렌지 색 바탕에 빨강과 노란 점이 박힌 아주 추한 옷을 입고 있었다'
15. 연습; 특수성의 시선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였다' 또는 '파티는 즐거웠다' 하는 식으로 될 수 있으면 보편적인 서술을 많이 써본다. 적어도 열 개 정도는 써보라. 그리고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하면서 이것을 큰 소리로 읽어본다. 무엇이 눈에 띄는가? 상상 속의 청취자처럼 거의 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야?' 보편적인 진술은 흔히 공허한 진술이다. 글을 읽어보아도 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편적인 진술을 하나씩 골라서 무엇이든 적절해 보이는 세부 묘사를 동원해 특수한 진술로 다듬어보라. '그것은 아주 좋은 영화였다. 두 번의 자동차 추격 장면과 세 차례의 살인사건이 들어갔다' (이러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진술을 좀더 특수하게 다듬을 때 작가가 말하려는 것을 독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보편적인 진술은 독자에게 의미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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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글, 업무적인 글 ,학술적인 글을 막론하고 어떤 종류의 글이라 하더라도 특수성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무심결에 하는 대화에서도, 특히 아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을 피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의 의미는 목소리의 음조나 몸짓으로 강조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우리가 전달하는 것은 말의 내용이 전부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논쟁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할 때에는 보편적인 진술만 할 수는 없다. 보편적인 말은 독자의 마음에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고 그냥 사라져버릴 것이다. 예를 들든가 통계를 제시하든가 일화를 들려줌으로써 자신이 의미하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엇이든 특수한 것을 시도하라.
16. 관찰이 주는 보상
관찰훈련은 재료를 제공하는 가능성 외에도 삶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가치가 더 있다. 판단을 하지 않고 단순히 현재 시점에서 주변에 있는 것을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좀더 안정될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거나 좀더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의 풍요로움에 더 많은 관심을 돌릴수록 자신의 주변 사물에도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고 마주치는사람에게도 더 많은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외부세계가 마치 기적처럼 더 흥미로운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전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나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여러분에게 날마다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 늦은 오후 부엌 식탁으로 비스듬히 쏟아지는 햇살이라든가 친구 목소리의 음향, 초콜릿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에서도 놀람은 있을 수 있다.
17. 습작이 좀더 편안해지면 각 훈련 항목의 끝에 가서는 시간을 갖고 잠재의식이 방금 쓴 글에 작용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본다. 여러분의 마음은 여전히 '글쓰기 영역'에 머물고 싶겠지만 말로 표현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전화기를 집어들지도 말고 이메일을 열어보지도 마라. 라디오를 켜지도 말고 대화를 시작하지도 말고 책을 집어들지도 마라. 대신 산책이나 조깅을 하거나 잠시 자리에 눕거나 설거지를 하라. 아니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거나 단순히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라. 이렇게 했을 때 종종 쓸 만한 생각이나 통찰이 마음속에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알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18.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진정 흥미를 느끼는 것들만 재미있게 쓰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결코 흔들림이 없다 - 테드 휴즈, <시 쓰기>
19. 학교에서 수업할 때는 한 과정이나 단원이 끝날 때까지 대가 어떤 글쓰기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시험 답안을 쓸 뿐이다. 이런 환경 탓에 사람들은 흔히 다 배울 때까지는 실제로 어떤 것도 쓸 수 업다고 생각한다. 어떤 주제에 관해 뭔가 쓰려면 먼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란 단순하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학습을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0. 여러분은 아마 이런 식으로 기록하는 기술에는 익숙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학습에 훨씬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해보라. 자신의 주제에 대해 일정한 정보를 모았다면 방금 배운 것을 프리라이팅 한다. 프리라이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이미 주목한 정보는 어떤 것이든 반복하고 요약하면서 학습한 모든 것을 적는다. 그런 다음 배운 것을 음미한다. 방금 배운 것에 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적어라.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가? 학습한 다른 재료와 더불어 이 정보는 자신의 주제에 꼭 들어맞는가? 여러분이 품은 새로운 의문은 무엇인가? 이런 식의 성찰은 그 원자료에서 진정 무엇을 얻었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단순하게 인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재료를 하나로 묶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어디로 향할 필요가 있는지, 자신은 어느 방향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1. 자신만의 주제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다른 사람들 - 친구나 친구의 자녀들 - 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해야 할 떄는 자기 혼자 힘으로 그것을 명확하게 들려줘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아는 것을 다섯 살배기 아이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실제로 아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22. 글쓰기 실습이 어느 정도 지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제는 자리에 앉아 선택한 주제를 15분이나 20분은 쓸 수 있겠어요. 정말 재미도 있고 주제를 고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바로 그것이 이 학습의 핵심 문제입니다. 어느 시점에서 글쓰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법을 배우는가 하는 문제죠."
...
자신의 재료를 개발하고 싶을 때에는 글쓰기가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글쓰기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치우는 작업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직업 작가는 이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글을 얻기 전에 많은 초고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이나 재료 모으기, 자신이 사용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 찾기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 태도가 훨씬 도움이 되며 또 훨씬 재미있기도 하다. 자신이 쓴 것을 평가하는 대신 그에 대한 관계 설정을 모색하라.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어떤 재료를 계속 간직할 것인지 알게 될 것이며, 이 재료 조각을 완성된 형태로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상쾌한 기분으로 재료 모으기에 접근할 수 있다면 다시 일겅보고 내키지 않아 하는 마음을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훈련은 여러분이 모은 재료와 구조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전체를 연습해보고 자신에게 잘 들어맞는 것이 있으면 계속 활용하라.
(1) 선택
단어, 구절, 아이디어, 이미지, 정보 조각 등 어떤 것이든 눈에 띄는 것에 표시를 한다.
이어 2~3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2) 질문
수집한 재료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 어쨋든 계속 펜을 놀린다.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 자신의 호기심과 작가로서의 직관을 믿어라.
(3) 초점 찾기
초점을 발견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향해 초점을 말하는 것이 있다. '내가 여기서 실제로 쓰고자 하는 것은... '이라는 말을 마친 다음, '이 글은 내가 실제로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내용인가? 내 준비 상태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폭이 넓거나 좁은 것은 아닌가?'하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초점을 찾는 유용한 방법 중의 또 하나는 '지도 그리기' 기술이다.
(4) 그림 그리기
모아둔 재료에 대해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가공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5) 장르에 대한 고려
이 재료는 어떠한 장르가 되고 싶어할까? 하고 무어 본다.
(6) 학습
'이 글을 쓰기 위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하고 물어 본다. 프리라이팅으로 답변을 해 보고, 외부 모으기의 형태로 정보를 추가로 모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7) 계획
(8) 시간의 투자
초보 작가는 대개 최종적인 글을 생산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재료를 잘 알게 해주는 이 활동에 많은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글을 쓴다 하더라도 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고 싶다면 재료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거쳐 그 재료를 철저히 알아야 한다.
(9) 재료의 체계화
자신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모으기를 한 모든 재료, 모든 노트 또는 컴퓨터 파일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이 재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안전한 공간을 찾아야 한다. 자료 분류는 글쓰기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며 저마다 자신만의 체계를 찾아야 한다.
(10) 연결
한 편의 글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는 세 가지 주된 행동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모은 자료를 한곳으로 취합하는 과정, 자료를 선택하는 과정, 선택한 자료를 서로 연결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서로 조화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할 필요가 있다.
(11) 제로 드래프트 써보기
그렇다면 모으기를 중지하고 초안을 쓸 준비가 되는 시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문제에 관한 한 자신이 지닌 작가의 직관을 믿어라. 그러면 직관이 말해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시점이 되면 모든 재료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메모도 너무 많고 노트에 스크랩한것도 너무 많고(또는 마음속에 모아둔), 하여튼 재료가 넘치도록 많기 때문이다. 바로 이떄가 재료 취합의 적절한 시점으로 일부 작가는 이것을 '제로 드래프트'라고 부른다.
23. 초보자들은 대개 자신이 쓴 말 한다미도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선택은 글의 통일성을 유지하게 하는 핵심 부분이다. 마음에 드는 문장, 이미지, 문단을 썼지만 이것이 적절하지 않거나 전체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독자에게 초점 없이 혼란스럽다는 인상만 줄 뿐이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버려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쓴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울상을 지을 때면 나는 컴퓨터 파일이나 작가노트의 특정 페이지처럼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라고 충고한다.
...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해보라. '이 글은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이 물음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장르의 글이든(아마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글은 제외될지도 모른다) 통일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4. 재료와 씨름할 때는-선택하기와 다시 쓰기, 더 선택하기와 다시 쓰기 등- 무엇이든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앞머리를 쓸 수 없다면 중간부터 써라. 중간 부분을 쓸 수 없다면 결론 부분을 써라. 자신의 글을 발전시키는 기술을 더 쌓기 위해서는 기술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서로 다른 재료는 반드시 지금 당장 완성할 필요가 없는 제로 드래프트 형태로 놓아둘 수도 있다.
25. 이들은 바깥세상의 독자를 마치 자신의 글에 대해 평가할 권한을 지닌 교수처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작가로서의 여러분을 파멸시킬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이 책에서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말의 하나다.
...
글쓰기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다. 할 말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작가와 독자의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권한을가진 사람은 작가다. 하고 싶은 말에 대한 권한, 글의 내용과 자신의 말로 독자에게 영향을 줄 권한은 작가에게 있다. 독자의 유일한 권한은-분명히 유력한 것이지만- 읽지 않는 것뿐이다.
26.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이런 글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런 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소리 없는 글을 해마다 쓰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의 글쓰기 목소리가 없다고 느끼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27. 힘은 권위에서도 나온다. 작가의 목소리는 신빙성이 있는 것보다는 권위적으로 들릴 필요가 있다. 그 목소리에는 자신이 하는 말을 작가 자신이 분명히 안다는 것을 암시하는 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
글쓰기 목소리에 권위가 있다면 독자는 여러분을 신뢰할 것이다. 왜냐하면 독자는 여러분이 하는 말을 여러분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8. 작가라면 할 말이 있어야 한다. 글쓰기를 가르쳐오는 동안 나는 공허한 말로 구성된 글을 수없이 보아왔다. 대개 현실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거나 완전히 상상에 기초한 말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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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개하는 훈련에서 나는 내용을 강조했다. 내가 내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흥미로운 내용이 없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글이라도 굉장히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29. 자신이 선택한 것과는 달리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글쓰기 과제가 주어졌을 떄는 화가 나거나 홧김에 질질끄는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의무적인 글쓰기 과제라 하더라도 글을 쓰는 법을, 또는 더 잘 쓰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바른 태도로 접근한다면 이런 과제는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기술을 향상시켜주기도 한다.
30. 그리고 사업보고서를 잘 쓰려면 다른 글쓰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수성에 의존해야 한다.(이 경우 특수성은 세부적인 감각보다는 특수한 정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의 기억이나 전문 지식, 호기심, 심지어 상상력까지도 특히 모으기 단계에서는 의무적 글쓰기를 완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무적인 글을 써야 할 때 자신의 능력을 단련할 또 다른 기회로 보기 바란다.
31. 결국 어떤 글이든 기본적인 목표는 언제나 같다. 말하자면 자신이 의도하는 독자에게 자신의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의도대로 독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공동의 목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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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소설을 쓰든 철학박사 학위논문을 쓰든 아니면 연례보고서를 작성하든, 글쓰기 과제라는 점에서 다 똑같은 것이다. 독제에게 맞춰진 글의 재료를 조합하는 과정은 장르에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같다는 말이다.
32. 글쓰기란 하고 싶은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대로 효과를 주어야 하고, 시작하려면 주제를 찾고 이 주제에 관해 할 말을 찾아내야 하며, 청중과 목표를 고려해야 하고 재료를 구성해야 하며, 의미를 독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를 피해야 하는 등 할 것이 너무도 많다.
33. 글로 옮기는 과정을 이해하는 한 가지 쉬운 길은 두 개의 주된 단계가 글에 있음을 아는 것이다. 바로 내용과 소통이다. 바꿔 말하면 먼저 할 말을 생각한 다음에 자신이 의도한 청중에게 그 말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글쓰기의 원스텝 접근 방식으로 실패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할 말을 생각해내고 동시에 그 말을 전달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들을 분리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 점을 마음에 새기고 의무적 글쓰기를 위한 다음의 일곱 가지 중요 단계를 생각해보라.
(1) 자신의 과제를 파악하라
의무적 글쓰기는 다른 누군가가 요구한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작하기 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파악해야 한다.
(2) 과제의 계획을 짜라
이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써야 할 모든 것을 목록으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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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배우게 될 한 가지 사실은 대개의 글쓰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일 원스텝 유형에 매혹되어, 생각을 글로 옮기려면 방해받지 않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것을 권한다. 이런 생각을 해봤자 계획을 계속 뒤로 미루게 될 뿐이다. 일단 과제를 위한 글쓰기 과정의 각 부분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면 글로 옮기는 작업은 한결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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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과정을 좀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찍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작한다'는 말은 실제로 무슨 뜻인가? 글쓰기 과제의 시작을 미루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자료를 읽고 조사를 마칠 때까지는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이들은 글쓰기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말하자면 글쓰기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찾게 해주고,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우 고귀한 도구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찍 시작한다는 말은 학교 보고서나 업무보고서의 초안을 쓴다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은 글쓰기 과정의 다음 단계인 내용 발전시키기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3) 내용을 발전시켜라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주제를 생각해낸 다음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활용해서 주제와 관련 있는 것은 머릿속에서 모두 끄집어내어 적어 본다. 이 주제와 관련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관해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가? 이 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이 중제에 관심을 갖는가? 조사를 하면서 찾아낸 것에 어떤 기대를 하는가? 주제에 관해 어떤 의문이 드는가? 이 주제를 쓰고 싶게 하는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려고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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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저 머릿속에서 재료를 모을 뿐이다. 적어도 10분간 이 연습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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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작성)주제에 관한 내부 모으기를 할 때 생각나는 것을 전부 단순하게 목록으로 작성하려면 프리라이팅 문장으로 페이지를 채우기보다 논스톱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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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으기 연습의 진행 상황은 주제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는 것이 많다면 다음 연습으로 넘어가라. 주제에 관해 더 많이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면 외부 모으기로 전환한 다음, 다시 지도 그리기와 상호작용으로 관심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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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그리기)지도 그리기가 특별히 도움이 되는 까닭은 이 방법으로 전체 과제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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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앞에서 자신이 선택한 내부 모으기로 모은 것을 모두 읽어본다. 너그러운 태도로 일겅야 한다. 아직은 완전한 글이 아니며 고치려고 할 필요도 없다. 대신 두 가지를 주목하라. 첫째,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단어나 의문점, 아이디어를 가리지 말고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만한것은 모두 표시를 한다.
상호작용을 위한 이 연습이 매우 중요한 까닭은 이 연습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과제의 내용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습은 또 현재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과제의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외부 모으기)내부 모으기로 글쓰기 과제를 시작하는 데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은 이 연습으로 주제에 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에 빈틈이 있는지 확인해서 더 찾아낼 필요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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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제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면 물론 누구나 주춤하겠지만 한 가지 과제를 쓰기 위해 주제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울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해 정확하게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도 있다. 동시에 좋은 글으 ㄹ씨기 위해서는 글과 직접 상관없는 많은 것을-배경지식-배울 필요가 있다. 어쩌면 과제에 포함되지 않는 정보를 많이 모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 의욕이 꺾일질 모른다. 하지만 뭔가를 배우면 배운 것은 결국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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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모으기를 할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집한 자료가 자신의 일부가 되도록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무적 글쓰기의 제1규칙이 '자신의 고제를 안다'는 것이라면 이어 제2규칙은 '자신의 재료를 안다'는 것이 될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사람들이 흔히 학술논문을 작성하거나 직장에서 복잡한 글쓰기 과제가 주어질 때 걱정하는 것은 글을 조합할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재료 관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제를 떠맡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쓸 때면 주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쩔쩔 맨다. 그러므로 재료를 모을 때뿐 아니라 재료를 소화하는 데도 충분한 시간을 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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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소화) 글쓰기 과제를 위해 책이나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아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메모하거나 그곳에 밑줄을 긋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구절이 나름대로 용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런 기술은 실제로 재료를 학습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렇게 메모를 적거나 밑줄을 그을 때는 대개 자신이 지닌 관심의 10분의 1 정도밖에 쏟지 않게 되어 그 내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작 이후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이 재료를 사용하고 싶을 때는 생각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재료를 소화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면 기사나 책 한 장을 읽고 난 다음 이에 대해 프리라이팅을 하라. 프리라이팅은 별개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첫째 부분에서는 그 부분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 또는 작가가 하는 말을 적는다. 명확하게 이해한 것을 적고 이해하지 못한 것도 적는다. 질문도 적는다. 둘째 부분에서는 작가가 한 말에 대한 자신의 지적 반응을 적는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작가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자신의 감정적인 반응도 같이 적을 수 있다. 이런 반응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읽을 필요가 있는 장이나 부분에서 이 연습을 반복한다.
이 프리라이팅 연습의 두 부분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훗날 어느 누가 한 말과 그 말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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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인 글쓰기는-직장에서도 좋은 글을 쓰려면-주제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주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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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서 어떤 글을 소화하는 것은 글 자체에 생각을 기울이는 것보다 그 자료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생각을 훨씬 더 쉽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돌아보기) 주제를 익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이 또 있다. 과제에 매달릴 때마다 주기적으로 초점화된 프리라이팅을 하는 방법이다. 10분 정도 시간을 들여 자신이 배운 것과 그에 관한 생각을 적어 본다. 계속 펜을 놀린다. 이 훈련은 자신의 주제에 대해 창조적 기능이 활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기능으로 쓸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을 알고 나면 놀랄 것이다. 프리라이팅 한 날짜를 적고 과제를 위해 서류철에 보관한다.
돌아볼 때는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라. 많은 사람들에게 학술 분야의 언어는 외국어 같은 느낌을 준다. 편하지 않은 언어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의 과제에 사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만들고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언어를 사용하라. 필요하다면 이후의 과정에서 특수한 학술용어나 직업용어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잠재의식을 활용하라)
(상호작용) 지금까지 자신이 쓴 것을 전부 읽어보고 다음 두 가지를 하라.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표시를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아이디어나 질문이 새로 떠오르면 무엇이든지 적는다. 이것을 할 때 자신의 글을 고치가너 편집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전의 훈련은 모두 완성된 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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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호작용의 훈련을 자주 하면, 일이 많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재료를 학습하는 데 실제로 도움을 주기 떄문이다.
(4) 필요하다면 제로 드래프트를 써보라
(요점이란 무엇인가) 내용을 선택하는 동안 대부분의 학술적인 글쓰기나 직업상의 글쓰기에서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증거로 뒷받침되는 핵심 내용, 즉 요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주제에 대한 많은 재료에서 할 말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요점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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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드래프트를 구성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자신을 향해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재료를 소화해야 한다.
(5) 청중과 목표를 고려하라
한 편의 글에 대한 청중과 목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복잡한 문제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다시 생각해보기로 한다. 기억해둬야 할 핵심 사항은 한 편의 글이라는 것은 뭔가를 전달하려는 것이고, 해야 할 말이 무엇이든 그것을 자신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사실이다.
(6) 전달하라
자신의 생각을 펼칠 때는 자신감을 가지고 힘차게 진술해야 한다. 이런 자신감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재료를 소화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들일 때 나온다.
(재료에 순서를 정하라)
(7) 분명하게 밝혀라
여러분의 글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면 다음의 연습을 계속하라. 우선 요점 아래 페이지 중간 지점에 수직선을 긋는다. 이어 첫 문단을 읽어보고 멈춘다. 페이지 왼쪽 여백에는 '문단 1'이라고 쓰고 그 옆에 이 문단에서 하는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주어, 동사가 갖추어진 완전한 문장으로 써야 하며 단순하게 무엇에 관한 문단인지가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명확하게 밝히는 문장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문단은 겨울에 관한 내용이다'와 같은 문장으로 요약하면 안 된다. 대신 여러분의 주장이 무엇이든 '겨울은 아름답다' 또는 '나는 겨울이 싫다'는 형태다 되어야 한다. 오른쪽 여백에는 이 문단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의견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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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문단을 분석할 때 여러분은 한 문단에서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문단에는 요점이 없고 또 다른문단에는 두 개 이상의 요점이 있다는 것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글쓰기 요령에서 각 문단에는 단 하나의 요점만 들어가야 한다.) 또 어쩌면 꼭 필요한 한두 개의 문단이 빠졌다거나 똑같은 말을 두 개 이상의 문단에서 반복하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잘못을 나중에 발견하면 당황할 것이므로 자신의 글을 독자에게 전하기 전에 고치는 것이 훨씬 낫다. 문제가 있는 단락을 다시 쓸 시간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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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은 불후의 명작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여러분이 하는 말을 힘들이지 않고 이해하는 것이 전부다. 교정할 때 문장과 문단을 하나하나 다음으면서 순서를 바로잡고 계속 단어를 바꿔보는 실험이 간으하긴 하지만 기능적인 글쓰기에서 이런 노력은 대개 시간낭비일 뿐이다.
34. 결국 현실적인 문제는 간단하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싶은가에 달린 것이다. 자신이 글쓰기 연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대로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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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능력을 단련시킬 때 여러분의 인생은 진정 변할 것이다. 글쓰기든 다른 무엇이든 이 능력을 활용할 때 다른 사람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뭔가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낼 때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과 동시에 그 행복으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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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작가로서 도달하게 되는 위치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한 걸을 한 걸음 발길을 옮기면서 완전히 이 과정에 몸을 담고 모든 단계의 진가를 인정하고 즐기는 여행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단계가 쉽다는 말은 아니다. 보람 있는 어떤 일이라도 그렇듯이 작가가 되는 것은 때로 힘든 일이다.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좌절감을 맛보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것은 동시에 우리를 늘 깨어 있게 해주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세계나 외부세계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활력소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언어로 표현하기]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할 거리, 즉 컨텐츠가 있느냐이다. 만약 컨텐츠가 없다면 아무리 잘 기교를 부려서 쓴 글이라도 읽히지 않을 것이다. 내부 모으기를 통해서 자기 자신일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해본다. 추가적인 의문사항 등이 생기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외부 모으기를 한다. 외부 모으기에서 중요한 것은 재료들을 단순히 읽고 밑줄 치는 수준에서 끝내지 말고 제대로 소화시키느냐이다. 소화시키기 위해 책의 일정 부분이나 기사, 리포트, 논문 등을 읽고 프리라이팅을 해 보라. 그 내용이 어떤 것이었는지 등을 먼저 적고 다음 부분에 나의 지적 반응을 적는데, 글의 내용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나의 감정은 무엇인지 등을 적는다.
게임에서 아이템 조합하는 것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전설 아이템을 모으려면 재료들을 열심히 모아서 적절한 순서에 따라 취합하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묶어서 잘 엮어 내면 좋은 아이템이 하나 나오는 것이다.
의무적인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업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쓰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더 필요한 내용을 찾고, 이 글을 나에게 요구한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한 후 글을 써 낸다.
내부 모으기에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 검열하지 않는 자세다. 내 글이 어떻다고 판단하지 말고 그냥 쓴다. 아이디어를 찾아 내는 과정이고 이것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부 모으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재료를 제대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공부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회계사 시험을 공부할 때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고 채점하는 것은 재료를 모으는 것과 같다. 하지만 정말 중요했던 것은 모은 재료를 정확히 소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몰랐던 것은 무엇이고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새로 주입된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글을 최종적으로 교정할 때는 한 문단에 있는 요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쓴다. 알아들을 수 있게 써라. 독자들은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재료가 부족하면 공허한 말이 되기 쉽다. 재료를 풍부하게 모으고 다듬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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